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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폐색전증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5월 건강정보 [폐색전증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임상강사 최경진]

‘폐색전증(肺塞栓症, pulmonary embolism)’은 내과 의사들에게는 아찔한 현기증을 선사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할 뿐만 아니라 어떤 질병인지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름을 풀어서 설명하면, 색전이 폐를 막았다는 의미입니다. 색전이란 혈관 내 비정상적인 덩어리를
일컫는데, 피가 굳어서 생긴 혈전인 경우가 가장 흔하고, 혈관으로 주입된 공기나 동맥경화로 혈관 내벽에 쌓여
있던 콜레스테롤, 골절로 인해 골수나 피하지방의 지방인 경우도 있습니다. 전신의 혈액전환은 체순환과
폐순환으로 나뉘게 되는데, 전신을 순환하며 각 장기와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체순환을 마쳐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혈액은 모두 심장의 우심방으로 모였다가 우심실이 폐동맥을 통해 폐로 보내주며, 폐의 모세혈관에서
산소화된 혈액은 폐정맥을 마지막으로 폐순환을 마치며 좌심방으로 모였다가 좌심실이 전신으로 쏴주면서
다시 체순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위에 설명한 여러 종류의 색전들이 폐동맥이나 모세혈관을 막게
되면, 폐에 피가 잘 흐르지 않게 되어 호흡을 해도 폐에 산소를 받을 혈액이 줄어들게 되어 저산소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색전의 크기가 매우 커서 폐순환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경우에는 저산소증만 일으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좌심방으로 돌아오는 혈액량도 감소시키고, 결국 체순환으로 보내주는 혈액량 역시 감소하게
되어 과다출혈이 된 것과 같은 이치로 혈압이 떨어집니다.

폐색전증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고, 색전증이 매우 심해서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 상태가
동반된 것이 아니라면 다른 특이적인 증상은 거의 없습니다.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은 폐색전증 외에도
심근경색 및 협심증, 심부전, 폐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매우 많을 뿐만 아니라, 폐색전증의 유병률이
위의 질환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폐색전증만의 특이적인 증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응급실에서
호흡곤란 환자를 진찰할 때 폐색전증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게 되기 마련입니다. 저혈압 및 쇼크가
동반되더라도 심근경색이나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폐색전증은 감별진단을 할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편입니다.

이처럼 폐색전증은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의심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합니다.
폐색전증은 일반적인 상황에 놓인 건강한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어떤 질환이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서 혈액의 응고가 촉진되는 경우에 합병되기 때문에 문진을 통해서 환자의 과거력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악성종양(암), 임신 및 출산 후 3개월 이내, 1개월 이내에 수술이나 외상 병력,
8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 3일 이상의 침대 생활, 비만 등의 상황 등이 해당됩니다.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각종
자가면역질환이나 혈액응고 관련된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폐색전증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혈전은 주로
하지의 심부정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하지정맥에 혈전이 발생하였을 경우 정맥이 폐쇄되면서 정맥이
울혈되어 다리가 붓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폐색전증이 있을 경우 약 50%에서 심부정맥혈전증이
동반되어 있어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리의 붓기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혈액검사 상 D-dimer가 상승되어 있으면서 흉부CT 상 폐동맥에 혈전이 발견되거나 하지초음파 상 심부정맥에
혈전이 발견되는 경우에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술하였다시피
폐색전증을 의심하지 않으면 이러한 검사가 아예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놓치기 쉽고, D-dimer가 상승하는
경우는 색전증 이외에도 굉장히 많을 뿐만 아니라, 색전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폐동맥 말단부나 모세혈관을
막은 정도라면 영상에서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심전도나 심장초음파 상에서
폐색전증을 시사하는 소견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폐색전증에 아주 특이적인 소견은 아니어서 보조적, 부가적인
역할만을 담당합니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혈전을 녹이는 방향으로 이루어 집니다. 혈압이 떨어질 정도의 중증 폐색전증은 약 5%
정도인데, 수액을 주입하고 승압제를 투약함으로써 혈압을 유지시키고, 강력한 혈전용해제를 혈관으로
주입하게 됩니다. 혈전용해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시술이나 수술로 직접 폐동맥의 혈전을
제거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다. 혈전용해제는 필연적으로 출혈성 경향을 조장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용 후에도 뇌출혈이나 위장관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부정맥에서 심장의 우심방으로 가는 길목인 하대정맥에 철망 모양의 필터를 삽입하여 심부정맥에
있는 혈전이 더 이상 폐동맥으로 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혈압이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중증 폐색전증이 아니라면 헤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혈관으로 투약하여 환자의
응고경향을 역전시키는 치료를 합니다. 그리고 이후 와파린이나 다비가트란,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등과 같은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서서히 교체하여 최소 3개월은 투약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후 주기적으로
경과 관찰을 하면서 경우에 따라 6개월에서 1년까지도 항응고제를 투약하기도 하고, 투약하는 도중에 더
악화되거나 중단한 이후에 다시 재발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용량을 더 늘려서 평생 동안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폐색전증은 응급실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서는
흔하게 합병되기 때문에 호흡곤란의 환자라면 반드시 놓치지 않고 고려해야 할 진단입니다. 특히 최근의
수술이나 외상, 입원, 장거리 비행 등의 위험인자가 있지는 않는지 기본적으로 문진을 통해서 파악하는 것을
빠뜨려서는 안 되겠고, 환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병력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형외과의
대퇴골 골절 환자, 산부인과의 임산부, 종양내과의 암환자, 그리고 각종 외과에서 최근에 수술을 받은 경우 등
병동 내에서도 쉽게 발생하고, 사망률은 최고 30%까지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있는 환자들을 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암 환자나 자가면역 및 혈액응고 관련 환자, 임산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한 자세로 오래 있지 말고 가급적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하체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이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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